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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봉만대> 에로, 예술, 그리고 영화만들기


봉만대, 에로영화의 대표적 이름이다. 미국에는 <나인 하프 위크>의 잘만 킹이 있고, 이탈리아에는 <올 레이디 두 잇>의 틴토 브라스가 있다.

그리고 ‘한국의 에로’하면 많은 영화매니아들이 봉만대를 꼽을 것이다. 그는 예술한다고 대놓고 말하기 힘든 B급영화 장르인 에로영화를 집요하게 탐색해온 감독이고, 보는 사람 역시 팬이라고 선뜻 나서기 낯부끄럽다. 음지에서 음탕한 시선으로 이 장르를 바라봐온 관행에 도전장을 내밀고 ‘니들이 에로를 알아?’라고 외치는 건 대단한 패기다.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는 상대를 무장해제 시켜버린다. 여기에 그간 섹시코드로 소비되어 왔던 곽현화, 성은, 이파니가 자신들을 둘러싼 부정적 루머를 대놓고 말함으로써 오히려 화끈하게 편견을 걷어낸다. 부정적 시선 안에 갇혀 있던 자들이 스스로를 셀프 디스하는 이 괴상한 영화는 한 편의 생각해볼 만한 풍자 코미디의 외양을 갖추었다.

영화에 대한 영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 영화의 이야기는 다소 복잡한 층위로 이루어져 있다. 실제 인물들이 자신을 연기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이며, 스크립이 미리 짜여 있는 픽션이지만 즉흥연기와 애드립으로 가득한 리얼리티 드라마다. 영화 속 영화만들기 세계, 이 모든 것을 관찰하는 다큐멘터리, 그렇게 해서 완성된 한 편의 영화 등, 삼중의 층위를 가진 아트영화 같은 구조 안에서 봉감독의 카메라는 관객의 상상적 한계점을 훌쩍 넘어버린다.

<남극일기>의 임필성 감독이 곽현화, 성은, 이파니를 주연으로 인도네시아 발리 올 로케로 야심차게 에로공포영화 <해변의 광기>를 촬영한다. 그러나 너무도 무난한 에로씬에 화가 난 제작자는 에로계의 거장 봉만대를 긴급 투입, 에로씬만 다시 찍도록 한다. 갑자기 예정에 없던 노출씬을 앞두고 여배우들의 불만이 쌓여간다.

거기에 틈만 나면 섹시화보를 찍으려는 사진작가, 졸지에 감독 자리에서 밀려나 불만 가득한 임필성 감독, 그리고 위기를 대충 때우기에 바쁜 장사꾼 마인드의 제작자까지 에로를 예술로 대하는 봉감독의 위치는 고립되고 영화현장에는 폭풍전야의 기운이 감돈다.

20여 편의 AV영화 필모를 가지고 있는 이 에로감독은 ‘아티스트’를 끌어와 ‘봉만대’를 수식함으로써 어울리지 않은 단어의 조합을 만들었다. 이로써 그는 에로영화의 편견에 야심차게 도전한다.

제작 현장의 긴박함, 신체 중요부위를 가리는 공사 장면 등 베드씬 만들기의 정교한 준비 과정, 필름을 버리고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며 체득하는 디지털시네마 경험 등 영화현장의 생얼을 공개하는 영화만들기 교본 같은 영화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화는 세상에 대한 풍자와 유머로 가득하다는 점인데, B급 쌈마이 같은 외양의 심층에 진지한 성찰적 화두가 숨겨져 있다. 봉만대가 진짜 아티스트가 되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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